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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 사무실에서 12년차 보안검색요원 김동민(37) 씨와 6년차 보안검색요원 김도하(28) 씨를 만났다. 이들은 최근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향한 취준생들의 혐오에 대해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2020.06.30
지난 6월 30일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 사무실에서 12년차 보안검색요원 김동민(37) 씨와 6년차 보안검색요원 김도하(28) 씨를 만났다. 이들은 최근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향한 취준생들의 혐오에 대해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2020.06.30ⓒ김철수 기자

가짜뉴스로 촉발된 ‘인국공 논란’으로 피해를 입은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가 1902명의 전환 대상자 중 800여명가량을 ‘공개경쟁채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018년 당시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2017년 5월 12일 이후 전환을 예상하고 새롭게 채용된 자들과 전환과정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큰 전환대상자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평가절차를 적용하여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이를 반영하여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를 직고용할 경우 공개경쟁채용을 실시하기로 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총 1902명인데, 이 중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약 833명가량 된다. 이런 이유로, 833명 전부 적절한 대책 없이 공개경쟁채용 방식을 거칠 경우 다수의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용안정을 위해 무기직으로 직고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책 취지를 왜곡하는 일각에서의 집요한 공정성 논란 공격과 고용노동부의 섣부른 지침으로 자칫 더 큰 고용불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자회사에서 공사로 직고용 전환되고 있는 240여 명의 소방대원 중에선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에 대한 경쟁채용으로 3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같은 일을 계속하는데 소속을 하청에서 공사 직고용으로 옮겨간다는 이유로 경쟁채용을 하는 게 정당한 것인지, 애초 안정된 일자리를 더 늘리자는 취지로 추진된 정책이 기존에 일하던 사람을 해고로 내모는 것은 역설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 2018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내린 지침.
노동부가 지난 2018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내린 지침.ⓒ기타

2018년에 갑자기 수정된 2017년 노사전합의
고용안정 위한 정책이 고용불안 야기하게 된 이유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는 보안검색분야와 관련해 지난 2017년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분야 용역노동자 전원을 공사 정규직(기존 정규직과 다른 별도 직군)으로 고용한다고 결정했다. 전환방식은 관리직 이상은 경쟁 채용하되, 관리직 미만은 면접 및 적격심사 후 채용하고, 탈락자는 별도회사 채용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합의는 지난 2018년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제2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일부 수정됐다. 2기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친인척 채용비리 등 정규직 전환 정책을 예견한 불공정 채용에 대한 검증단계를 엄격히 하고, 불공정 채용 사실이 확인된 자는 전환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에 대해선 업무특성을 고려한 ‘경쟁채용’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가 합의 내용을 경쟁채용으로 바꾼 이유는 그해 10월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제기했던 주장과 의혹 때문이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을 공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특혜”라고 주장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 중 일부가 임직원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대규모 채용비리가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정책 추진 기관에 “전환 정책을 예견한 불공정 채용이 있을 수 있으니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직전에 채용된 경우엔 보다 엄격한 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러면서 ▲ 전문직 같은 선호 일자리 등에 대해선 경쟁방식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취지를 고려해 가점부여, 제한경쟁 등 비정규직 보호도 병행할 것 ▲ 정책 추진 방침 공식 발표 이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기관이나 용역업체 임직원들이 친인척 등을 새롭게 채용했을 개연성을 고려해,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의 경우보다 강화된 검증단계를 적용할 것 등을 지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이 같은 지침을 반영해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해당 대상자에 대해 직고용할 경우 ‘공개경쟁채용’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김철수 기자

노노갈등 유발 노동부 지침, 적절한가?

하지만 단순히 공정성을 위해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와 이전 입사자를 나눠, 차별적으로 전환 채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대통령 방문 이후 입사자들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용역회사에서 진행한 채용 방식 및 절차가 적절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안검색노조 관계자는 “뽑을 땐 필요하다고 뽑아 놓고, 이제 와서 경쟁채용을 하겠다니, 우리도 황당하다”라며 “직원들을 입사날짜 때문에 탈락의 위기로 내모는 것이 오히려 공정성을 해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의 정규직화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추진했다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의혹제기로 논란이 됐던 정책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추진한 정책은 고용불안에 떨었던 용역회사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하면서 고용을 안정시키데 초점을 뒀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정책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노동자 간 차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직고용된 무기계약직을 일반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었다.

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을 공사가 무기직으로 직고용한다고 해서, 약 3500만원 수준의 보안검색요원 평균연봉이 갑자기 기존 공사 정규직 평균연봉(약 9000만원)으로 오르는 것도 아니고,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별도 직군으로 편성돼 운영되는 만큼 기존 정규직 자리를 해칠 염려도 없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틈도 없다. 그런데, 기존 용역회사의 대규모 신규채용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더 큰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같이 심각해진 데에는 일각에서 반복해서 재생산하는 ‘정책 흔들기’식 공정성 논란제기와 정책에 대한 철학과 기준이 부족한 고용노동부가 이에 휘둘리면서 스스로 정책을 왜곡할 수 있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해당 지침으로 올해 초기엔 인천공항 보안검색분야에서 심각한 노노갈등을 발생하기도 했다. 지침에 따라 합의안을 수정한 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가 노동자들에게 2017년 5월 12일 이전과 이후 입사자들을 가르는 선택지를 주면서, 노조가 두 개로 쪼개지고, 노조가 노조를 와해시키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직고용을 선택하면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경쟁채용을, 자회사를 선택하면 서류-면접-인성검사 정도의 절차만 거쳐 전환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가 각각 자회사파와 직고용파로 갈라지는 갈등이 발생했다.

일부 직고용에 반대하는 용역회사 관리직들은 직고용을 선택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있는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들을 기존 노조에서 떼어내 새로운 노조를 설립했다. 이어 선제적으로 자회사로 들어가, 기존 노조가 추후에 자회사에 들어오더라도 회사와 교섭을 할 수 없도록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추진하는 등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는 일을 벌였다. 이에 기존 노조는 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등 노노갈등이 이어졌다.

한편, 노사는 고용노동부 지침 때문에 경쟁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쟁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을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짜뉴스로 촉발된 공정성 논란과 정책을 왜곡하는 목소리로 좀처럼 일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측 관계자는 “노동부 컨설팅을 받은 뒤 정책을 추진할 계획으로, 아직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지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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